취임 1년 맞는 짐 팔리 CEO, 이제 포드를 주목하라

오진석 기자 승인 2021.09.30 02:00 | 최종 수정 2021.09.30 08:13 의견 0
10월1일로 취임 1년을 맞는 짐 팔리(Jim Farley) 포드 CEO [자료=FORD]

[전기차닷컴=오진석 기자] 지난해 10월 미국 포드 자동차의 수장이 교체됐다. 3년의 짧은 임기를 마친 제임스 해켓(James Hackett)의 후임으로 짐 팔리(Jim Farley)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내부 승진했다. 가구 회사 출신인 전임자와 달리 짐 팔리는 도요타 출신의 자동차 업계 출신 인사였다.

짐 팔리 CEO는 1962년생으로 조지타운 대학교를 졸업했다. 도요타와 렉서스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포드로 영입되기 전인 2007년에는 렉서스 총괄 담당이자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짐 팔리의 할아버지가 1914년부터 헨리 포드의 미시간 공장에서 포드차를 만들었다고 하니, 짐 팔리가 자동차 업계로 일터를 잡은 것은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렇게 2007년 11월 할아버지의 직장인 포드로 자리를 옮긴 짐 팔리가 맡은 역할은 미주 대륙 전체를 총괄하는 업무였다. 캐나다와 미국부터 남미의 브라질까지 포드의 다양한 시장을 경험한 짐팔리는 이후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 링컨을 올드함의 대명사에서 세련된 브랜드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현재 '커세어' '에비에이터' '네비게이터'로 대표되는 링컨의 차량 라인업과 네이밍 전략은 모두 짐 팔리가 손을 댄 것이다.

포드자동차 5년래 주가 차트 [자료=investing.com]


■ 관리 전문가 휘하의 포드는 수렁 속으로 빠졌다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포드의 얼굴이었던 제임스 해켓의 시간은 포드에게 대단히 중요했다. 전기차 전환이 임박한 시기에 반자율주행 및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집중이 필요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포드는 약 4년을 허비했다.

제임스 해켓은 사업 재·개편 등 관리 전문가였다. 그는 미국 가구전문기업 스틸케이스에서 30년을 일했다. 낮은 가격·고품질의 이케아(IKEA) 등 해외 가구업체가 미국에 진출하자 그의 회사는 휘청였고, 해켓은 사업 재편과 다운사이징의 업무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그는 포드로 자리를 옮겨 스마트 모빌리티와 카쉐어링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썼다. 장기적인 기술 개발보다는 단기성 수익성 강화가 우선시됐고, 해켓은 30억 달러의 생산비용과 10% 인건비 절감을 CEO 임기내 목표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포드 이사회가 해켓 CEO을 연임 선출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제임스 해켓이 포드에 CEO로 재직하는 4년 동안 포드의 주가는 무려 39.7% 하락했다. 지난해 초부터 후임 짐 팔리의 취임 직전인 9월 30일까지 포드 주가는 전년보다 30%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포드의 1주당 가격은 작년 4월 4달러 20센트로 2008-2009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해켓의 마지막 임기날인 9월 30일에는 6달러66센트에 불과했다. (미국 CNBC자료)

CNBC에 출연한 짐 팔리 포드 CEO [자료=CNBC SQUAWK BOX 캡쳐]


■ 짐 팔리 CEO 취임 1년, 주가 100% 이상 반등

포드가 짐 팔리를 CEO로 선임한 이유는 하나였다. 조급했다. 역사에 빛나는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 브랜드인 포드가, 자칫 전기차 물결에 교과서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있었다. 1980년대는 찬란했고 90년대는 주춤했다. 2000년대는 몰락의 시간 뿐이었다. 한때 포드가 손에 쥐고있던 브랜드 자산인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마쓰다, 애스턴마틴이 모두 떠나갔다. 포드의 주된 구매자층 조차 '미국산'이라서, 혹은 '계속 F-150을 타왔기 때문에' 구매하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짐 팔리 CEO는 지난해 2월 COO 자격으로 참석한 한 자동차 콘퍼런스에서 "포드는 지금 매우 긴급한 상황에 처했다"라며 "커넥티비티와 상용차, 전기와 자율주행차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익스플로러와 에비에이터 차량의 불량으로 인한 워런티 비용 증가를 개선하고, 이를 차세대 사업에 집중해야한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포드는 뒤쳐진 기술 개발과 발전없는 디자인을 벗어나는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했다. 개발진은 그대로인데 CEO가 바뀐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는 미국 언론의 비판도 뒤따랐다.

포드 머스탱 마하-E [자료=FORD]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포드는 제대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주가도 우상향을 나타냈다.

짐 팔리 CEO 취임 이후 현재까지 (미국장 9월 28일 기준) 1년 동안, 포드의 주가는 무려 113%가 상승했다. 6달러 중반대였던 주당 가격은 14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28일 미국 CNBC에 출연한 그는 "현재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디지털 전환기에 포드가 승자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웃는 얼굴로 설명했다. "매우 우상향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긍정 평가도 이어졌다.

이같은 포드의 성장동력은 전기차다. 짐 팔리의 포드는 자사의 스포츠카 머스탱을 GT형 전기차로 먼저 선보였다. 흔히 포드차에서 보이던 구식 인테리어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인포테인먼트로 가득채웠다. 포드의 첫 순수 전기차 머스탱 마하-E는 스포츠카스러움은 사라졌지만 포드가 변화하고 있음을 알린 중요한 차가 됐다.

■ 포드가 전기차 시대에 선두 될까

최근 포드는 우리나라 SK이노베이션과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 등의 13조원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내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을 설립하고 테네시와 켄터키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블루오벌SK의 연간 총 전력 생산 능력(Capacity)는 129기가와트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1년동안 60kWh 배터리팩을 장착한 전기차 215만대를 만들수 있는 규모다.

28일 블루오벌SK 미 테네시 투자발표회가 열렸다 [자료=SK이노베이션]
왼쪽부터 SK이노베이션 김유석 Battery마케팅본부장, SK이노베이션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 테네시 커미셔너(Commissioner), 포드社 ‘빌 포드(Bill Ford)’ 회장, ‘빌리(Bill Lee)’ 테네시 주지사, 포드社 짐 팔리(Jim Farley) CEO)


여기에 테슬라 창업자 J.B스트라우벨이 설립한 배터리 재순환 스타트업 '레드우드 머터리얼스'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5000만 달러(약 59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앞으로 배터리셀과 원재료 확보에 빠르게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포드는 요즘 각종 전기차 매체의 헤드라인에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포드의 주력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은 사전 예약으로만 15만대가 판매됐고, 애플 전기차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더그 필드를 영입했다. 포드 머스탱 마하-E는 카앤드라이버 선정 올해의 전기차에 등극했다. 테슬라 모델3·S, 포르쉐 타이칸을 제친 쾌거였다.

CNBC와 인터뷰를 가진 짐 팔리 CEO는 변화의 시대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남겼다 "지금이 포드 모델T 수준의 최대 전환입니다" "이런 디지털 혁신 시대에 포드는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포드의 현재 시가총액은 560억달러로 테슬라의 12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전통과 역사에 의존해오던 포드가 드디어 변화의 시작점에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포드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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